미국 공화당의 부통령후보였던 사람이 연단에 올라 "오바마는 부유층에게 세금을 더 걷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쓰겠다고 합니다. 사회주의 하자는 건가요?" 라고 말하자. 그의 지지자들은 '우리는 사회주의가 아니라 민주주의에서 살고 싶어요'라고 외쳤다 한다.
        ( 마이클 무어 "사회주의 좀 하면 안 돼?" - 오마이뉴스)
부유층에게 세금을 더 걷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쓰겠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이것이 사회주의라면 사회주의는 좋은 것이다. 그런데 사회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말하는 미국인들이 있다. 공화당 사람과 그 지지자들이다.

 2002년 1월 22일 한 완상 부총리가 말했다. “일류대학병이 공교육 붕괴의 원인이 됐고, 연간 수조원의 사교육비를 야기했다. 따라서 학벌을 타파해야 한다.”
 그러자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이 받았다. “또 사회주의 병이 도졌다”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 주 5일 근무제’도 사회주의적 정책이라서 안된다고 한적이 있었다(한나라당 김만제).
 이 때 소위 진보진영은 색깔 덧씌우기라며 반발했다.

오늘 아침 경남도민일보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보수는 여전히 고루하고 진보 또한 여전히 진부하구나, 시대가 감당하기 어려울만큼 급격히 변하고 있는 데도 양진영의 대표주자들은 옛모습 그대로구나.”

경남 교육감 선거 출마를 선언한 고영진 전 도교육감이 어제 기자회견에서 “이번 교육감 선거는 좌파와 좌파에 대항하는 세력 혹은 집단간의 대결이다. 좌파세력인 전교조의 교육사상에 동조하지 않는 모든 학부모와 시민을 결집해 선거운동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한다.
 이에 전교조 경남지부는 성명을 내어 “명예훼손”이라며 즉각적인 사과를 요구했다고 한다.
 “합법단체인 전교조와 민주노총을 폄훼하는 발언을 한 것은 교육감 출마자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러운 유치한 발언이다. 이는 교육계 갈등을 조장하고 네거티브 선거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당장 사과해야 한다.”
이념 대결구도를 만들면 유리할 것이라 판단하는 고영진을 나무랄 이유는 없다. 전교조 출신이 교육감 선거에 나선 것이 사실이고 진보진영이 한나라당을 수구보수로 규정한 것도 사실인 데 한나라당 성향의 후보가 좌우대결구도로 선거를 치루겠다면 그것은 그의 자유에 속한 문제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것이 온당하다.

 나는 전교조나 민주노총을 지지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전교조나 민주노총의 이런 입장 표명에 오히려 안타까움을 느낀다.
 좌파라는 규정이 불명예인가? 합법단체를 좌파라고 규정하는 것이 폄훼하는 것이라면 좌파단체의 합법화는 문제가 있다는 말인가?
 마이클 무어가 “자본주의 : 러브스토리”란 영화를 만들어 ‘사회주의 좀 하면 안돼?’라고 외쳤던 것처럼 “좌파는  안돼? 좌파가 어때서?”라고 대중을 향해 말하면 안되는가?
“전교조나 민주노총은 좌파가 아닌데 좌파로 모니까 사과를 요구할 수 밖에 없다고?”
 그렇다면 전교조나 민노총은 중립인가. 아니면 우파인가?
같은 날짜 도민일보 1면 첫머리에 “도내 민주진보세력 선거연합 손잡았다”는 기사가 있다.
여기서 진보세력은 누구인가? 민주노동당이다.  그런데 이 진보정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한다는 공식방침을 가진 민주노총과 그 산하단체인 전교조는 진보적이기는 하지만 좌파는 아니라는 이야기인가?
당사자의 입장이 그렇다면 굳이 더 이상 왈가왈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진보와 좌파의 차이를 엄격히 가릴 수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진보=좌파, 보수=우파라고 생각하는 것이 상식이고 그런 면에서 진보를 자임하는 단체가 좌파로 규정되는 것을 모욕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무래도 이해가 잘 안된다.
색깔 덧씌우기로 입었던 그 동안의 피해를 감안하면 이해가 되는 면도 있지만 이제 방어적인 자세를 털어버릴  때도 되지 않았는가?
돈보다는 인간을 우선시하고, 경쟁보다는 배려와 협력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좌파로 규정해서 우파들이 덕을 본다 해도 좌파라는 규정은 모욕이 아니라 명예라고 생각할 수 없을까?


 

Posted by 비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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