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정치로부터 서비스 받은 기분이다.
마음은 딴 데 있으면서 엉뚱하게 백년대계니 국익이니 신뢰니 균형발전이니 하면서 가당치 않은 명분 싸움이나 해대는 것보다 훨씬 솔직하지 않은가?
세종시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남녀 숙적이 펼치는 결투는 서부활극 못지않고 회칼들고 설치는 조폭들의 패싸움 저리가라 할만큼 살벌하다.
재밌는 활극 보는 댓가로 간단한 관전평이라도 남겨야 국민된 도리일 것 같다.
 명박이 말을 잘 못했다.
근혜를 한 번 꺾었다고 너무 쉽게 본 것 같다.
여자가 독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을 들어봤다면 조심했을 텐데, 딱하다.
명박 대통령은 ‘잘되는 집안은 싸우다가도 강도가 오면 싸움을 멈추고 같이 강도를 물리치고 다시 싸운다’고 했는 데, 우선 싸우는 집안은 잘되는 집안이 아니다. 그리고 강도를 몰아낸 후 다시 싸우는 집안이 어째서 잘되는 집안인가?
강도?
명박이 말하는 강도가 누구인지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근혜처럼 쉽게 말했으면 누구나 알아먹을 수 있었을 텐데...
서해에서 포격을 해대는 북한인지, 반독재 민주대연합을 꾀하는 야당들인지, 아니면 세종시를 가지고 지독하게 물고늘어지는 박근혜인지 분명하지 않다.
그리고 누구를 두고 강도라고 했는지 알 수 없으나 강도라는 표현은 좀 과하다. 아무래도 현실감이 떨어지는 호들갑으로 느껴진다.
어법으로 따지자면 근혜가 강도일 수는 없다. 근혜는 집안 싸움의 한 상대이니 근혜가 집안에 들어온 강도일 수는 없다.
따라서 ‘강도론은 절대 박 전대표를 겨냥한 말이 아니다’는 청와대 핵심관계자의 말은 근혜를 강도라고 말한 것이 아니다는 뜻에서는 맞다. 하지만 강도가 집안에 들어왔는데 근혜는 싸움을 멈추지 않고 있다며 근혜를 겨냥했으면서 근혜를 겨냥해서 한 말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궁색하기 짝이 없는 변명이다.
‘집안 사람이 강도로 돌변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는 근혜의 말은 꼭 명박 한 사람을 겨냥했다고 할 수 없을지 몰라도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붙이는 세력을 겨냥한 것은 분명하다.
자신이 대표시절 여야가 합의하여 만든 세종 행정복합도시안을 대통령선거시에는 지키겠다고 약속해놓고 이제 와서 폐기처분하겠다 하니 근혜의 입장에서는 강탈당한 기분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집안 사람이 강도로 돌변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는 표현은 좀 심한 표현일 수는 있어도 틀린 표현은 아니다.
 따라서 근혜더러 사과하라는 청와대의 주문은 적반하장이다.
아니나 다를까 근혜왈, '그 말이 문제가 있으면, 문제가 있는 대로 처리하면 될 것 아니냐'
근혜 멋쟁이. 배짱 만점!
괜히 서툰 말솜씨로 긁어 부스럼 만들어 놓고서는  근혜의 한 방 결정타에 초점을 잃고 공식 사과씩이나 바라는 명박 사단이 한심스럽다.
말은 아무나 근사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국어 공부나 제대로 하고 난 후 국익도 챙기고 백년대계도 세우길!
나의 관전평 결론은 근혜의 국어 실력은 ‘수’, 명박의 실력은 ‘가‘.
대통령님, 삽질하는 틈틈이 우리말 공부도 좀 하시지요!

 

 

 

 

Posted by 비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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