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즐겨부르던 노래 중에 바람가란 게 있었다.
내가 70학번이니 그 당시 우리나라는 여전히 궁끼 흐르는 나라였다.
2차 대전에서 패망하고도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룬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부를 자랑이라도 하듯 한국으로 몰려왔다.
그들은 백화점에서 쇼핑하면서 물건값만 물어보는 게 아니라  물건을 파는 아가씨의 값도 물어볼 정도로 오만했고, 한국인을 우습게 봤다.
그들에게 한국인은 여전히 식민지 시대의 조센징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일본인의 한국 관광은  여자를 탐한 관공이라 하여 기생관광이라 불렀다.
식민지시절 부모세대가 당한 모욕과 고통을 간접경험으로 갖고있던 젊은 우리는 일본에 대한 동물적 반감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기생관광이라니!
 이런 분위기에서 우리가 신나게 불러댔던 노래가 바람가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어 현해탄에서 불어온다  
쪽발이 대사관에 불이 붙었다  잘탄다(잘탄다) 신난다(신난다)
  
쪽발이는 게다짝만 돌린다
 불은 붙어도 물이 있어도 안끈다
  
랄라랄라 랄라라 랄라랄라 랄라라
   소방대원은 휘발유 뿌린다
 잘탄다(잘탄다) 신난다(신난다
   쪽발이는 게다짝만 돌린다

쪽발이 대사관 자리에 다른 것을 갖다 넣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태워날려버리고 싶은 모든 것을 그 자리에 던져놓고 실컷 부르시라.
당신의 꿈을 앗아간 놈도 좋고, 꿈꿀 수 있는 여지마저 용납하지 않는 비정한 사회도 좋다.

잘탄다(잘탄다) 신난다(신난다)
불은 붙어도 물이 있어도 안끈다
소방대원은 휘발유 뿌린다.
00 놈은 00만 돌린다.

바람아.
탐욕과 위선 거짓과 억지로 일관하는 이 땅의 모든 잘 난 것들을 태워 날려버려라.
우리의 바람가 만세!

Posted by 비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