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원희룡 국회의원은 함께하는 보편적 복지 서울을 표방하며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원의원은 2일 같은 당 손숙미 의원과 공동으로 국회에서 주최하는 '교육 기본권으로서의 무상급식 실현을 위한 정책토론회' 기조발제를 통해 이같은 입장을 밝힐 계획이라고 한다.원희룡에게는 공약이지만 이미 이 공약을 실천하고 있는 한나라당 출신 시장도 있다. 여인국 과천시장과 이대엽 성남시장이 그들이다.
 경기도내 기초단체인 성남시는 초등 3~6학년에게 제공해오던 무상급식을 올해부터 초등 전 학년으로 확대하고, 중학생도 3학년부터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을 시행키로 했다. 과천시는 이미 2001년부터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하고 있다.

그런데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학교 무료급식 정책은 포퓰리즘”(연합뉴스 2009년 12월2일)이고, “(경기)도교육청의 무상급식안은 무조건 배급하자는 북한식 사회주의 논리에 기초하고 있다”(동아일보 1월11일)고 했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한나라당 소속인 여인국 과천시장과 이대엽 성남시장도‘좌파 포퓰리스트’가 된다.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김상곤표 무상급식을 반대한다’고 말한 한나라당 대변인 전동석도 좌파 포퓰리스트이기는 마찬가지다.
학교 무료급식정책을 사회주의 논리에 기초한 포퓰리즘이라고 한 김문수의 기준에서 보면 김상곤 경기도교육감과 함께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도 좌파 포퓰리스트다.

노회찬은 그의 서울시장후보 수락연설에서 이렇게 약속했다.

“3세부터 5세까지 모든 어린이에게 무상보육을 실시하겠습니다. 동네마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하겠습니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현하겠습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게 더 이상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임신과 출산, 육아는 나라가 책임져야 하지만 나라가 책임지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먼저 책임지겠습니다. 직장에 보육시설을 만들고, 국공립 산후조리원을 만들겠습니다. 엄마와 여성들이 참여할 수 있는 복지일자리, 녹색일자리를 만들겠습니다. 보편적 복지,노회찬이 만들겠습니다.”

무상급식과 복지에 관한 한 보편적 복지를 약속하는 원희룡과 노회찬 사이에 정책연대를 해도 조금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다.
욕을 하면 닮는다는 말이 있지만 한나라당 인사들 중에는 진보정당 인사들과 같은 말을 하거나 진보정당의 공약이나 정책을 베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왜 일까?

잘사는 사람보다는 못사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고, 진보정당의 정책은 못사는 사람들이 지지할 정책들이기 때문이다.
무상교육, 무상의료라는 진보정당의 공약이 처음 나왔을 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현실적인 주장이라고 치부했다. 하지만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보육과 유아교육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을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며 공격하는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사회보장제 주장이 설자리가 넓어지고 있다는 증거다.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등이 지난해 말 경기도내 215개교 학부모·교직원·학생 439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0% 이상이 초등학교 전체 무상급식에 찬성했다. 또 학부모의 54.4%와 교직원의 67%가 ‘부모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급식을 제공해야 한다’고 답한 것은 진보적 정책들에 대한 대중의 호응이 높아지고 있는 좋은 사례로 볼 수 있다.
무상급식이라는 한가지 사례만 가지고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사회보장제에 대한 대중의 공감이나 호응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개인의 힘만으로는 헤어날 수 없을만큼 대중의 삶이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의 삶이 이런 지경에 처한 지금 민생안정보다 우선하는 국정과제는 없다. 그래서 ‘밥먹여주는 민주주의’는 반독재 민주연합론자들의 민주주의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대중적이다.
하지만 이건 너무 비참하고 서글픈 민주주의다.
명박식 경제살리기로 경기가 살아난다 해도 자산이나 소득의 공정한 분배를 동반하지 않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아래서 민생불안은 해소되지 않는다.
명박식 친서민정책은 말할 것도 없고, 자본주의적 틀에 갇힌 어떤 민생정책도 민생안정을 위한 근본적 대안은 못된다.
개인의 의식주 교육 의료 건강 일자리 노후를 국가가 책임지고 보장해주는 사회보장제가 유일한 대안이다.
그런데 그동안은 한국사회의 주류인 보수세력들이 사회보장제에 기초한 정책들을 사회주의적 발상으로 규정하며 공격해서 사회보장이념이 설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지금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덕에 돈없어 굶어죽는 국민은 없게 되었지만 이런 법을 만들어야 된다는 주장이 처음 나왔을 때는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며 보수세력이 방방 뛰었다. 학벌폐지주장에 대해서도 ‘또 사회주의병이 도졌다’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그들이다.
하지만 사회보장제이념이나 평등이념에 대한 한국 보수의 태도는 격세지감이 들만큼 많이 변했다. 여전히 시대착오적인 생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수구꼴통들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총중에는 똘똘한 애들도 있어 그가 진보인지 보수인지를 구분하기 어려울정도의 발언을 아무 거리낌없이 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차기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이다. 그는 역시 서울 시장 출마를 선언한 진보신당의 노회찬과 꼭 같은 말을 하고 있다. 그것이 설사 표를 얻기 위한 미끼라 할지라도 좋다. 표가 거기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니까.
무상급식전선에서 형성된 한나라당 김문수와‘한나라당 원희룡 + 진보신당 노회찬’의 의도하지 않은 대결구도가 흥미롭다.

Posted by 비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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