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맥주 한 잔 한 김에 두서없이 그냥 나오는 대로 주절 주절 해 볼까 합니다. 오랜만에 적석산에 있는 농장에 갔더니 목련과 벚꽃이 주인 없는 농장에 제 맘대로 피어 있더군요. 나무나 몇그루 심을까 하고 갔는 데 비가 와서 일은 못하고 사진만 몇장 찍고 왔습니다. 좋아하는 맥주를 점심 먹기 전에 몇잔 했습니다. 내일이 선거지만, 그리고 내가 몸담고 있는 당이 절박한 상황이지만 내 평생에 이렇지 않은 날이 특별히 있었던가 하는 마음에 별 신경 안쓰기로 했습니다. 내 마음은 굴곡이 참 심합니다. 냄비처럼 금방 달아올랐다가 금방 식기도 하고 속으로 울었다가 웃었다가 정말 종잡을 수 없습니다. 지금도 딱 그렇습니다. 남들은 과반이다 교섭단체다 하며 맹렬히 표를 달라고 외치는 판에 내가 속한 당은 겨우 3%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바다가 썩지 않는 것은 3%의 소금 때문입니다. 3%의 진보신당이 세상을 썩지 않게 만듭니다.’. 말 자체가 멋있어 보여서 내 페이스 북에 공유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 말은 멋있어 보일지는 몰라도 썩 마음에 드는 말은 아닙니다. 세상이 썩었다고 보는 관점 자체가 정치를 제대로 아는 사람의 관점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썩은 게 문제가 아니라 잔인한 게 문제입니다. 지옥같은 경쟁, 약자를 가차없이 잡아먹는 강자의 논리가 지배하는 이 야만의 자본주의 세상에서 무슨 도덕타령이냐는 생각이 치솟습니다. 이 세상을 부패니 부정이니 하는 말로 표현하는 것은 너무 한가해 보입니다. 그리고 겨우 3%를 호소하는 이런 통으로 어찌 세상을 바꾸겠다는 말인지 한심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2%이상을 얻어야 법적으로 살아남고 3% 이상을 얻어야 청소노동자 김순자와 파리의 택시운전사이자 진보신당 운전사인 홍세화가 국회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짓은 뭐든 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할 수 없어 염치도 체면도 없이 내키지 않는 짓을 나역시 하고 있습니다.

평상시 전화도 잘 하지 않고 지내는 지인들에게도 지지를 부탁하는 단체 문자를 날렸습니다. 그 중에는 1974년 대학을 졸업한 후 한 번도 만나지 않았던 대학 동기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생각하면 참 염치없는 짓입니다. 선거가 사람을 망가뜨리는 것이지요.  내 문자를 받은 친구가 이럽니다. ‘아직도 정치판을 기웃거리고 있나?’. 나는 87년 백기완 민중후보 때부터 지금까지 정치판을 기웃거리고 있는 사람입니다. 출세 한 번 해보려고 말입니다. 그런데 특출한 능력도 없는 주제에 줄서는 것만은 못한다는 오기로 민중운동과 진보정당 한 길만 보고 살다보니 몰골이 말이 아니지요. 8839세의 나이로 민중의 당 후보로 진해 의창구 국회의원 선거에 처음 출마했고 92년에는 민중당 후보로 마산 회원구에 출마했습니다. 하지만 당선은 고사하고 당이 해산되는 패배를 맛보아야 했습니다.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에도 당연히 참여했고 그해 선거에서는 당선자를 내지는 못했지만 간신히 2%이상을 얻어 당은 살았습니다. 2002년에는 민주노동당 경남도지부장이라는 직책 때문에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2년 후 김혁규 지사의 사퇴로 보궐선거에 출마했습니다. 물론 낙선했지요. 이렇게 제인생은 패배라는 한 단어로 요약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너는 왜 안되는 길로만 가느냐고 나무랍니다. 나도 모르겠습니다. 머리가 나쁘고 능력이 안되니까 그렇겠지요. 제가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에 있는 고등학교에 잠시 근무한 적이 있는 데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지요. 대학을 나왔으면 적어도 도청 직원정도는 해야지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제가 도지사 선거에 출마했는지도 모릅니다. 아버지의 말씀을 거역하지 않는 착한 아들이 되려고 말입니다.

오늘 내가 이렇게 주절거리게 된 것은 맥주의 책임도 있지만 사실은 이윤기라는 블로거의 글 때문입니다. 도민일보사에서 한 번 눈 인사를 나눈 기억은 있지만 사적으로 아는 사이는 아닙니다. 전국에 알려진 파워블로거라고 들은 것 같은 데 아무튼 글을 잘 쓰는 불로거입니다. 이 분이 정당투표는 진보신당에 한 표 주기로 했다는 글을 보고 감동 먹어 맥주 마신 김에 그냥 써내려 가고 있습니다. 어린애 같은 기분으로 말입니다.

이분은 자신의 선택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군요. 그의 말을 간추려 옮겨 보겠습니다.

“4.11 총선 당신의 두 표는 어떻게 행사하나요?

선거법을 고쳐서 더 이상 이념과 정책이 다른 정당과 사람들이 '묻지마 단일화'를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만 당장 내일 있을 4.11총선까지는 별수 없이 현재의 선거제도에 따라 투표해야합니다. 현재의 선거제도가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은 최악의 선택입니다. 4.11총선에서 저는 야권단일 후보를 지지하기로 선언하였습니다. 뭐 여러가지 설명을 할 수 있지만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김대중 -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 근본적인 아쉬움이 있지만, 이명박 시대를 더 이상 연장해서 살고 싶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창원 성산구처럼 야권이 후보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곳은 자신의 신념에 따라 투표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후보에게 투표하라고 하는 것은 폭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례대표 정당 투표, 20개 정당 중 1개 고르기 

그럼 이제 한 표가 더 남았습니다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MB정부 심판을 위한 야권단일화'로 각 정당의 원래 지지율보다 더 과분한 지지를 받게 될 것이기 때문에 일단 제외합니다.(개인적 선택) 당선 가능성이 높은 비례대표 1번 후보만 보면 진보신당 김순자 후보가 꼭 당선되었으면 좋겠습니다만, 미래를 위한 투표라는 측면에서 보면 녹색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도 좋겠다는 것이 고민의 마지막 지점입니다.

한국사회를 지탱하는 진보의 한축으로 진보신당이 단 1석이라도 국회의원을 꼭 당선시켰으면 좋겠습니다. 울산과학대학 청소노동자 김순자씨가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국회의사당에 당당히 서 있는 모습도 꼭 보고 싶습니다.

그녀의 삶에 평생을 노동자로 살아 온 내 아버지, 내 어머니의 삶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김순자씨가 국회의원이 되는 것은 내 아버지, 내 어머니가 국회의원이 되는 것과 다를바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생명과 평화, 자치와 협동이라는 미래 가치를 가장 잘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은 정당은 새로 시작하는 녹색당입니다. 녹색당 역시 원내 정당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진보신당을 소금 정당이니 등대 정당이니 하며 조롱하니 진보신당 당원들이 주눅드는 거 당연합니다. 하지만 작다고 소금이나 등대로 끝나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큰 것만 의미 있다면 왜 새누리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떠들어대느냐 이 말입니다. 장애인에 대한 비하 발언은 공직 사퇴를 요구할 정도로 문제삼으면서 정치적 약자에 대한 조롱이나 억압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은  가증스럽기 짝이없는 이중적 태도입니다. 진보신당은 약자를 대변하는 당이 아니라 그 자신이 약자인 사람들의 당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기 바랍니다.

  

Posted by 비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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