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두 개의 쓰나미가 혁명의 물결처럼 밀려오고 있다.
하나는 이미 상륙하여 한국 주류사회를 공황상태로 몰아넣고 있는 안철수 쓰나미이고 하나는 아직 상륙하지는 않았지만 빠른 속도로 밀려오고 있는 자본주의의 파산이라는 쓰나미다.
전자는 기득권 세력에게는 공포이지만 소외세력에게는 구원의 손길이라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반면 후자는 모두에게 공포이고 99%에게는 특히 치명적이다(당장은).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 쓰나미에 가려 보이지는 않지만 그 보다 더 파괴적으로 한국 사회를 흔들어 놓을지 모르는 태풍의 눈이 시야에 들어왔다.

세상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한 사람, 홍세화다 

오르고 싶지 않은 무대라면서도 진보신당이라는 무대에 운전사로 오른 사람, 홍세화. 그는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가 희망이 없다며 버리고 떠난 진보신당호의 운전대를 잡고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말을 걸고 있다.

지배담론에 길들여져 허락된 것만 말하는 진보정당은 존재 이유가 없다. 금지된 것을 욕망하고 불가능한 것을 상상하는 불온함 속에 세상을 바꾸는 우리의 힘이 있다 

한국에서 불온하다는 딱지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홍세화는 세상을 바꾸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불온한 생각을 품어야 한다고 한다. 겁이 없다.
홍세화는 지금 그냥 멋진 말을 한 번 던져 본 것이 아니다.
당이라는 공식 조직의 대표로서는 누구도 못했던 말을 그는 작심하고 던지고 있는 것이다.
돈과 마음이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공부 좀 한 사람이라면 다 하는 그런 말이 아니다.

수많은 한국인이 겪고있는 고통, 불안의 원인에 대해 심각하고 진지한 어투로 걱정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은 많지만 자본주의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만 말할 뿐이다. 그런데 홍세화는 그 틀 속에 갇혀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말한다.

홍세화는 재벌 지배체제를 해체해야 하고 자본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본과 자본권력에 맞서 싸워야 하고 진보정당은 반자본주의 좌파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한다.

귀국 후 10년 동안 시어질 때까지 수염 풀풀 날리는 척탄병이 되고 싶다는 꿈만을 안고 살았다는 홍세화가 마침내 자본의 독재아래 신음하는 민중의 선두에 서서 자본을 향해 선전포고를 했다.

홍세화가 이끌어 나갈 진보신당은 어떤 당일까?

진보신당은 자본의 거대한 힘과 싸울 뿐 아니라 자본이 지배하는 세상 너머의 내일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당이다.

우리는 잃어버린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되찾아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재벌 국가를 우리 모두의 나라로 만들기 위하여 새로운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1%의 기업지배체제에 집중된 권력을 99%의 민중에게 되돌려주기 위해 다른 무엇보다 삼성권력과 싸우는 정당, 재벌체제를 해체하고 노동자에게 경영권을 돌려주는 정당이다.

노동자 경영권을 요구해 주주자본주의를 흔들어야 하며, 징병제를 폐지해야 한다. 서울대는 없애고, 대학은 평준화하며, 각종 국가고시는 지역별로 할당하라고 요구함으로써 학벌사회를 전복시켜야 한다”. 

홍세화는 말한다. 

현실을 변화시키겠다는 진보주의자들이 현실에 갇혀 실현 가능성이나 타진하고 거기에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걸고 있을 때. 민중은 오히려 절망의 끝에 매달린 영도조선소 크레인을 향해 달려가는 버스를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명명한 것, 여기에 이 시대의 역설이 있다고(이상 인용부분은 진보신당 대표 출마의 변과 취임사에서  발췌).

  선량하고 어눌해 보이는 인상만 놓고 보면 홍세화와 너무 비슷해 보이지만 개인적 삶의 역정과 우리 사회의 현실에 대한 인식과 대응방식에 대해서는 너무 차이가 큰 사람이 있다. 온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바로 그 사람, 안철수다.

지금대로라면 차기 대통령을 의심할 여지가 없어보이는 안철수는 어떤 사람일까? 

그가 1,500억 재산을 사회에 내놓겠다는 생각을 밝힌 편지를 통해 살펴보면, 

더불어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사회를 꿈꾸며 

저는 그동안 의사와 기업인, 그리고 교수의 길을 걸어오면서 우리 사회와 공동체로부터 과분한 은혜와 격려를 받아왔고, 그 결과 늘 도전의 설렘과 성취의 기쁨을 안고 살아올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한가지 생각을 잊지 않고 간직해 왔습니다. 그것은 제가 이룬 것은 저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저는 기업 경영을 하면서 나름대로 영혼이 있는 기업을 만들고자 애써왔습니다. 기업이 존재하는 것은 돈을 버는 것 이상의 숭고한 의미가 있으며, 여기에는 구성원 개개인의 자아실현은 물론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기여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보다 큰 차원의 가치도 포함된다고 믿어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가치를 실천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유례가 없는 성장과 발전을 이룩해 온 우리 사회는 최근 큰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건강한 중산층의 삶이 무너지고 있고 특히 꿈과 비전을 갖고 보다 밝은 미래를 꿈꿔야 할 젊은 세대들이 좌절하고 실의에 빠져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시련들을 국가 사회가 일거에 모두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국가와 공적영역의 고민 못지 않게 우리 자신들도 각각의 자리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혜택을 받은 입장에서, 앞장 서서 공동체를 위해 공헌하는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필요할 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오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의 핵심 중 하나는 가치의 혼란과 자원의 편중된 배분이며, 그 근본에는 교육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소득층 자녀들 교육을 위해서 쓰여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자신이 처한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고, 마음껏 재능을 키워가지 못하는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일에 쓰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안철수 연구소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발췌). 

재산환원이라는 구체적 행위를 설명하면서 한 말만 가지고 한 사람을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는 이익 밖에 모르는 일반적인 기업인과 다를 뿐 아니라 자신의 성공을 다른 사람과는 아무 관계없는 일로, 즉 자기가 잘나서 그런 걸로만 생각하는 사람과도 많이 다르다. 이것만으로도 사람들이 그토록 열렬히 지지할 충분한 이유가 되리라.

그런데 그에 대해 사람들이 보내는 지지의 정도에 비해 그의 말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그는 참 상식적이다는 것이다.
그는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시련들을 국가 사회가 일거에 모두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국가라고 해서 국민들이 겪고 있는 시련들을 일거에, 모두해결할 수 없다는 말은 너무 맞는 말이라서 하나마나 한 소리다.
하지만 이런 시련들을 국가가 아닌 개인이 각자 알아서 해결할 수 있겠는가?
아이엠 에프와 같은 국가의 위기 상황을 생각해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안철수는 국가와 공적영역의 고민 못지 않게 우리 자신들도 각각의 자리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물론이다. 하지만 개인이 고민하는 것과 국가가 고민해야 할 것은 차원이 다르다. 그리고 중요시해야 할 것은 국가차원의 고민이고 그것은 정치차원의 고민이다.
자신의 기부행위가 개인적 고민의 소산임을 말하면서 하는 말이긴 하지만 잠재적 대통령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사람이 국민들의 시련에 대해 언급하면서 개인적으로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 대목에서는 정치인을 읽을 수 없다.
노블레스 오불리주를 외치는 사람이 흔히 하는 말과 다르지 않다. 

오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의 핵심 중 하나는 가치의 혼란과 자원의 편중된 배분이며, 그 근본에는 교육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가치의 혼란이 문제라는 지적도 누구에게서나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정말로 그런가?
오늘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에 관한 한 문제는 혼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획일적이라는 데 있다. 자본주의적 가치가 거의 모든 사람을 지배한다. 돈 이익 경쟁력과 같은 자본주의적 가치가 한국인을 지배하는 가치, 획일적 가치 아닌가? 가치가 혼란하다는 주장은 사실은 자본주의적 가치가 지배적인 현실을 은폐하는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일까?

자원의 편중이 문제의 핵심중 하나라는 지적에는 공감한다. 그런데 이런 문제의 근본에 교육이 자리하고 있다는 인식도 흔히 들을 수 있는 건데 핵심에서는 비켜나 있다.

자산과 자원 소득의 편중이야 말로 사유재산제에 기반한 자본주의에 고유한 특성이다. 교육이 영향을 미치는 면도 있지만 그것은 부차적이다.
어떤 교육이든 교육 그 자체로는 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수많은 문제들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없다 

국민들이 겪고 있는 시련에 대해 집권 가능성이 있는 어떤 기성 정치세력도 대안이 아니라는 면에서 보면 많은 국민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안철수가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것은 일단의 긍정성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 고졸도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꿈을 대표했던 노무현 이상이 될 수 있을까?
어쩌면 노무현 정도가 되기도 어려울지 모른다. 

안철수 바람으로 기초가 허약한 보수독점의 정치판이 흔들리고는 있지만 자본주의의 위기가 불러올 재앙을 막을 수는 없다. 자본주의라는 약육강식 승자독식의 체제에서 안철수가 아니라 천사가 강림한들 무슨 힘을 쓰겠는가?

안철수와 홍세화 그리고 야만적인 자본주의와는 다른 세상에서 살고 싶은 염원을 가진 민중이 손잡고 새로운 정권을 만들어 내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안철수 현상도 일장춘몽이 될 것이다.

홍세화의 가슴과 머리를 가진 안철수를 상상하는 것은 안철수의 인기를 누리는 홍세화를 상상하는 것만큼 비현실적이겠지만 상상은 즐거운 일이다.

  나는 상상한다. 고로 존재한다이니까!

Posted by 비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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