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일하는 아주머니(45. 봉림동)눈감고 찍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놈이 그놈인데 그 사람이 꼭 붙어야 할 이유도 없고 붙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고, 투표를 안 하니까 좀 찜찜하네. 투표는 할 건데, 그냥 눈 감고 찍을라고예.”

14일자 경남도민일보 총선민심 엿보기(9) 창원 의창구편에 실린 기사의 일부다. 

눈감고 찍겠다?’ 

어떤 작가가 정치에 대한 민심을 이렇게 잘 표현해 줄 수 있을까?

물론 이 아주머니의 진심을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다.

이 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여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아주머니의 뜻에 어긋날 수도 있다. 어디서나, 누구에게서나 들은 수 있는 말이니까.

하지만 이 말이 나에게는 이렇게 들린다.

이명박 심판과 정권교체만 외쳐대는 민주당, ‘엿먹어라’. 궁지에 몰린 새누리당, ‘너무 쫄지마라고 말하는 것 같다.

꼼꼼히 따져보면 어찌 그놈이 그놈일 수 있겠는가?

하지만 죽자고 일해도 빚만 늘어나는 삶에 치이고 있는 사람들이 그놈이 그놈이라고 한다고 해서 꼼꼼히 따져보지도 않고 너무 쉽게 욕만 하고 앉았다고 나무랄 수 있겠는가?

각 정당이나 정치인들이 내세우는 정치철학이나 정책들을 꼼꼼히 분석해 보면 겉으로 표현되는 것은 비슷해 보여도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우리를 위해 한 것이 뭐 있느냐,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다, 다 도둑놈이다, 다 거짓말 쟁이다는 말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내뱉게 된 것은 기존 정치의 자업자득이다.

보수정당 독점의 정치가 낳은 결과는 재벌경제는 대박, 서민경제는 쪽박이다.

지역감정 부추기기, 돈봉투 돌리기, 돈주고 공천 사기, 정경유착, 자리나눠먹기, 불공정한 선거제도 고수, 자리 대물림 등 보수정당들이 하는 짓도 다르지 않다.

보수정당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이런 식으로 정치를 해서 재벌들은 배가 터지도록 만들었고 일반 국민들은 불안과 근심 걱정이 떠나지 않는 삶을 살게 만들었으니 특별히 붙여야 할 놈도 떨어뜨려야 할 놈도 없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그들만의 잔치에 내가 왜 관심을 갖느냐? 투표장에 나가주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 해라.”

아주머니의 말이 내귀에는 이렇게 들린다.

 

Posted by 비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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