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를 대충 열심히 외치다 집으로 돌아왔다.

어제 김한주 진보신당 거제 국회의원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했다. 홍세화 대표님, 허윤영 경남 도당 위원장과 함께.

오늘 아침 630분에 대우조선 서문에서 출근하는 노동자들을 향해 반갑습니다인사하고 통근버스를 향해서는 손을 흔들었다. 가끔 손을 흔들어주거나 눈인사를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체로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당연하다. 우리가 뭐 그리 곱게 보이겠는가?

반갑긴 뭐가 반가워? 언제 우리가 당신들에게 그렇게 반가운 존재였지?’하고 냉소하는 시선으로 느껴져 스스로 계면쩍고 어색했다.

점심 시간에는 자리를 옲겨 삼성중공업 정문에서 식사하러 나가는 사람, 식사를 마치고 다시 공장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향해 인사했다. 한 사람이 선창을 하면 일제히 따라 외쳤다.

진보신당 김한주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열심히 하겠다는 말이 어떻게 들릴까?

표 좀 주세요, 한 자리 할 수 있게 도와 주세요로 들리지 않을까?

도대체 뭘 위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스스로도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운동한다고 생각해야 하는 우리의 처지가 참 민망했다. 나만 그런 느낌이었을까? 맞은 편에서 같이 외치고 있는 다른 당원들의 표정도 분명 나도 같아요라고 말하고 있었다 

선거는 멀쩡한 사람을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요술방망이다.

시장통에서 장갑끼고 조개까는 할머니의 손을 자기 친 할머니 손잡을 때보다 더 반갑고 살갑게 덥석잡는 후보들의 연기는 1급 연기자도 따라하지 못하리라.

선거는 후보는 말할 것도 없고 운동원들도 망가뜨린다. 사람하나 망가뜨리는 것 정말 간단하다.

지역구 없이 전국을 하나의 단위로 해서 각 정당이 제시하는 정책과 후보명부만 보고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투표하면 정당의 득표비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선거제도를 가진 이스라엘이나 네델란드 사람이 한국에 관광을 와서 이런 선거풍경을 보면 어떤 느낌을 가질까? 한국 사람들은 정말 인정이 많은 사람? 아니면 미개인?

내 생각에는 미개인들이 사는 나라에 왔다는 느낌을 갖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경복궁이나 경주보다 이게 그 두 나라 사람들에게는 훨씬 관광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

세계에서 교육열이 가장 높은 나라, 그래서 대학진학률이 80%나 되는 나라에서 이 따위 선거제도를 고치지 않고 계속 고집해 국정의 담당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가진 사람들을 출발에서부터 망가뜨리는 이런 제도는 관광용에나 쓰는 게 나을 것이다.

거창하게 민주주의를 끌어들여 선거제도에 대해 이렇쿵저렇쿵 하고 싶지 않다. 평소에는 많이 그랬지만 현장에 나가 선거운동을 해보면 그보다 간절해지는 게 사람 그만 쪽팔리게 하라는 것이다.

이것도 해주고 저것도 해주고 모두 다 해주겠다고 하는 데 많이 바라지 않는다.

후보나 선거운동하는 국민들 쪽팔리게 하는 이런 제도나 좀 제발 뜯어고쳐주기 바란다.

Posted by 비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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