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의 씨앗을 본적이 있는가? 수십미터까지 자라는 우람한 느티나무의 씨앗은 1m도 자라지 않는 콩나물 콩 씨앗의 100분의 1도 안된다. 진보신당을 두고 지지율 1%대에 불과한 정당이라며 아무렇게나 조롱하는 사람이 많은 데 진보신당이 느티나무의 씨앗이었다는 사실이 나중에 드러나면 어떻게 할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12년 전 우리가 민주노동당을 창당했을 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롱했다. 진보정당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자갈밭에 씨뿌리기라고 했다. 부질없는 짓, 무모한 짓이라고도 했다. 창당 후 첫 선거인 2000년 총선에서 한 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해 그들의 말이 맞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그들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는지 어땠는지는 내 관심사가 아니다. 하지만 4년 후 민주노동당은 10석을 얻어 여의도에 입성했다. 마치 기적이 일어난 것처럼 놀라워하는 사람이 많았다. 민주노동당 10명의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대부분의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하자 신선한 충격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총선 한 달 후 여론 조사에서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율은 당시 제 1당이던 한나라당의 23%보다 2% 적은 21%를 기록한 적도 있었다. 2002년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이 무상교육 무상의료 부유세를 들고나오자 사람들은 현실성 없는 이야기를 한다고 꾸짖었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정당들이 보편적 복지를 공약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무상급식하자는 주장 정도 가지고 나라를 거덜낼 사회주의적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던 한나라당이 보육은 국가의 책임이라고 선언하는 놀라운 변신을 보여주고 있다. 권력을 가진 건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지만 그들을 정책면에서 이끄는 것은 진보정당이라는 것이 분명해진 것 아닌가?

진보신당을 아무나 함부로 조롱하고 있다.

딸깍발이” “등대지기만 있는 등대정당” “통합진보당 2중대·민주통합당 3중대” “공부량은 엄청난데 요령이 부족해 사법시험에서 낙방하는 만년 고시생.<한겨레>의 전·현직 정치부 기자들 눈에 비친 지금의 진보신당의 모습이 이런 거란다. “사회가 나아가야 할 진보적 방향을 제시하려고 노력한다고 긍정하지만 과연 국민들이 관심이나 있을까싶단다. 지지율 1%대에 불과한 존재감 없는 진보신당의 고집에 이유는 있다며 대변인의 이야기 한자락이나마 허용해주는 진보신문 한겨레의 저 큰 배려에 진보신당은 꼭 보답해야 할 것이다.

진보신당은 대접받기를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작다고 해서, 존재감이 없다고 해서 아무나 함부로 집적이고 모욕을 줘도 되는 것인가? 장애인이나 노인 여성을 사회적 약자라고 한다. 그러면서 진보주의자들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주장을 열정적으로 펼친다. 그런데 사회적 약자를 향한 배려의 마음이 정치적 약자에 대해서는 차가운 경멸과 조소 훈계로 바뀌는 것은 왜 일까 장애인에 대한 비하발언이나 여성에 대한 성모욕적 발언에 대해서는 게거품을 물며 규탄하는 바로 그 사람들이 정치적 약자에 대해서 퍼붓는 모욕은 당연하고 정당하다는 말인가?

진보신당은 진보를 표방하기만 할 뿐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정당은 아니라는 말인가?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이 정말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정당이라고 생각하는가? 장애인 노인 여성이 사회적 약자인 만큼 그들을 진정으로 대변하고자 하는 진보신당은 정치적 약자다. 기득권층만 대변해온 보수정당들이 진보정당의 진입을 철저히 가로막는 정치적 장벽을 쳐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진보신당이 존재감이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진보신당이 존재감이 없다고 무시하는 진보언론에도 큰 책임이 있다. 조중동이 무시하는 것이야 이해되지만 진보언론까지 무시하는 것은 좀 이상하지 않은가? 나는 경향신문 독자다 언젠가 박근혜의 생일 동정 기사를 보면서 경향신문을 끊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다. 내가 온 정성을 쏟아 키우고자 하는 나의 당을 소위 진보지라는 경향신문이 박근혜만도 못하게 취급하는 것을 보면서 한없는 모멸감을 느껴야 했다. 정치적 약자에게 모욕을 주면서 민주주의와 진보를 위해 새누리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떠들고 다니는 민주 진보 인사들이 역겹다. 새누리당이야 민주주의와 진보가 밥먹여 주냐는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당이니까 진보신당을 조롱해도 좋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그토록 정의감을 표출하면서 정치적으로 소수이고 약자인 진보신당은 개무시하는 게 온당한 일인가? 민주 진보를 자임하면서 이런 이중적이고 자가당착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새누리당을 심판하기 전에 자신부터 성찰해야 할 것이다.

 

Posted by 비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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