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문제와 관련한 박근혜의 최근 방향수정은 맞다. 하지만 파괴력은 없다.
자신의 ‘신뢰· 약속’론으로는 세종시 수정론자들의 ‘행정 비효율론’, ‘국익론’에 밀린다고 판단하고 ‘국토균형발전론’ 대 ‘수도권 기득권론’의 대립구도를 구축하는 쪽으로 방향전환을 한 것은 잘 한 일이다.
수도권 기득권층은 그야말로 한 줌도 안된다. 따라서 한 줌도 안되는 수도권 기득권층을 버리고 지방민심을 얻을 수 있는 카드를 집어든 것은 아주 잘한 선택이다.
그런데 이 카드는 내용이 부실하다. 그래서 몽준이를 판정패로 이길 수 있을 지는 모르나 KO패 시킬 수 있는 위력은 없다.
원안대로 9부2처2청을 세종시로 옮긴다고 해도 그것이 가져올 서울 과밀화해소 효과는 극히 미미할 것이고 국토균형발전효과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원안 + 알파’에서 알파가 무엇인지 밝힌 바 없어 잘 모르겠지만 배보다 큰 배꼽, 즉 원안보다 큰 알파 없이 유리한 대립구도만으로는 몽준에게 KO패를 날릴 수 없다.
새롭게 집어든 카드가 타이슨의 핵주먹이 되기 위해서는 부실한 카드에 묵직한 내용을 채워야 한다.
그게 뭘까?
중앙정부의 몸집과 권한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지방정부의 위상은 명실상부한 자치권력으로 격상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는 한 9부2처2청이 아니라 수도자체를 세종시로 옮긴다 해도 국토균형발전은 이루어질 수 없다.
내용의 뒷받침이 허약한 명분으로는 서울기득권을 국가백년대계로 포장하는 세력을 일소할 수 없다.
‘미래의 권력’이라는 세평에 어울리게 더 세게, 더 날카롭게, 더 집요하게 몰아붙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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