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현재 국민들의 상태가 어떻다고 보는가?

 "정부 통계만 보아도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자신을 하층민이라고 생각하고, 60%는 희망이 없다고 이야기하는데 그런 국민을 데리고 어떻게 나라를 정상적으로 이끌 수 있겠는가, 그런 국민들의 희망과 삶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비대위원 김종인의 말이다.

그렇다. 우리 국민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협력하면서 나라를 재벌국가로 전락시키는 와중에 하층민으로 추락했다. 이제 희망이라는 말에 대한 기억조차 희미해져 버린 상태다.

 한나라당은 왜 우리 국민이 이렇게 되었다고 진단하고 있는가?

“현 위기는 민간부문이 이익의 극대화에만 치우쳐 사회의 공동선을 경시해서 발생했다.”(박근혜)

 “금융위기를 발생시킨 당사자는 별 피해를 입지 않고 서민과 국민들이 피해를 입기 때문에 분노하고 있다”(홍준표) 

“위기에 따른 부담은 공공으로 넘기고, 이익은 사유하는 것 때문에 국민들이 부의 정당성과 금융기관 등 자본주의에 분노하고 있다”(원희룡)

“전 세계적으로 열병같이 번지는 시위는 영·미식 자본주의 모델의 모순과 불평등을 향한 다수 시민들의 항거다, 우리도 저축은행 사태, 비정규직, 빈부격차, 청년실업 문제 등으로 이미 불만이 누적돼 있다, ”(유승민 의원)
 
“세계 여러 나라에서 양극화 때문에 폭동까지 일어난다. 한국도 양극화 정도가 심하기 때문에 놔두거나 소극적으로 대처했다가는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 벌어질까봐 걱정이 된다”(정운찬)

모두 맞는 진단이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한나라당 사람 맞기는 맞어?
자본가들의 정치분야 동업자로서의 자신들의 책임에 대한 직설적 언급은 없어 아쉽지만 이 정도로도 후한 점수를 줄만하지 않은가? 사실 자본가들이야 돈벌기 위해 기업하는 것이기 때문에 할 수만 있다면 부담은 다른 국민이나 정부에 떠넘기고 이익만 챙기려 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게 탐욕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자본가들의 탐욕만 탓하고 자신들은 빠져나가려 하는 것은 동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닌 듯하다.
 
그러면 이런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한나라당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가?

“경제 발전의 최종 목표는 모든 국민이 참여하는 공동체의 행복 공유에 맞춰져야 한다,
정부는 공동체에서 소외된 경제적 약자를 확실히 보듬어야 한다,
정부는 시장경제가 작동하는 과정에 문제가 될 소지를 미연에 방지하는 역할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정부에 의한 감독의 사각지대가 있어선 안된다.”
(박근혜)

“정치의 본질에 해당하는 문제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지켜볼 수 없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이 선제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재벌을 개혁하고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며 성장의 혜택이 골고루 돌아갈 수 있는 경제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유승민 의원)

 "한나라당은 이미 정당의 존재가치를 잃어버린 상황인 만큼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 국민들의 희망과 삶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김종인)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금융·산업자본 분리 강화, 법인세 최고구간 신설,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 폐기 선언, 재벌과 정치권의 연결고리 단절( 경제계 인사의 입각금지, 재벌 인사 공천 금지), 신자유주의나 시장 만능주의적 요소를 빼고 재벌 개혁 등 상생발전의 가치를 넣는 방향으로 정강 정책 개정”(박근혜 비대위)

한나라당이 보는 국민들의 상태. 위기의 원인에 대한 진단, 위기탈출 방안 등을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민간부문(이말은 내용상 자본가 특히 재벌들로 봐야 한다)의 탐욕과 이기주의가 경제위기의 주범이고 경제위기로 인한 고통 때문에 국민들이 자본주의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재벌을 개혁하고 성장의 혜택이 골고루 돌아갈 수 있는 경제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대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 강제적으로 동반성장에 나설 수 있다.

 적어도 위에서 소개한 한나라당 인사들의 문제의식과 해결방향에 대한 견해는 그것이 한나라당 전체의 것이 되고 진정성이 담보된다면 한나라당을 구하는 데 청신호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기본과 정체성을 건드리는 이런 입장을  한나라당이 진심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비대위의 핵심으로 보이는 김종인과 이상돈에 대한 당내 반발과 공격을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자본주의를 위태롭게 하는 요인들을 개혁해야 자본주의를 보전하고 자신들의 권력도 지킬 수 있다는 진단과 처방이다. 자본주의 체제의 안위를 위해 고심한 흔적이 느껴진다. 그런데 이 정도의 체제 보안론에 대해서도 심각한 반발과 반격이 있는 걸 보면 아직 정신 못차린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지금 상태는 좋지 않다. 한나라당의 모습은 여전히 권력투쟁의 양상이지 민심에서 깨달음을 얻고 정말 새로워지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아니다. 하기사 닳고 닳은 어른들이 어찌 달라질 수 있겠는가? 
소위 쇄신파라는 인사들이 쇄신책이라고 내놓은 방안을 보면 이건 아니올시다다.
박근혜 원희룡 유승민 김종인의 수 읽기에 한참 못미치는 하수다.
 하다하다 안되면 죽을 궁리를 한다더니  지금 한나라당 쇄신파가 하는 꼴이 그렇다.
한나라당의 위기는 박근혜, 유승민, 원희룡, 홍준표, 정운찬, 김종인이 진단한 대로 근원적으로는 자본가들의 이기주의와 탐욕에서 비롯된 것이다. 서울 시장 선거패배, 디도스 공격, 돈봉투는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이 이미 위험수위에 이르러 있었기 때문에 결정타가 되었을 뿐이다. 그런데 쇄신파의 인식은 이런 진단이나 처방의 근처에도 못가고 있다.
그들이 내놓은 진단과 처방의 골자는 이렇다.
돈봉투 문제는 조직동원의 낡은 정치행태가 초래한 것이다. 그래서 중앙당과 당 대표제를 폐지하고 공천제를 완전 국민경선제로 개혁해야 한다고 한다. 물론 이렇게 하면 당내에서 오고가는 돈거래는 없어지거나 줄어들 수 있겠고 그 자체로 정치풍토 개선에 일조할 것이다. 이 정도도 잘 될지는 미지수지만.
그런데 한나라당 내부에서 오고가는 돈만이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이 유권자들에게 뿌리는 돈이 더 큰 문제다. 한나라당과 돈선거가 어떤 관계인지 시시콜콜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사실 돈으로 유권자를 매수한다는 것은 유권자의 인격을 타락시키는 범죄행위다. 자본가들 배만 불리는 정치를 한 결과 국민이 몇푼의 돈에 주권자로서의 자존심을 파는 신세가 되었다. 보수정치인들이 만든 이런 결과는 정말 용서할 수 없는 범죄행위다. 당내의 돈문제에만 초점을 맞춘 쇄신파의 문제의식이나 처방은 이래서 하수라는 거다.
대통령과 당 대표가 공천권을 쥐는 동원정당체제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헌법기관으로서의 독립성과 국민우선을 실천할 수 없었다고 한다. 국회의원의 독립성이 제약받는 구조라는 지적 자체는 맞다. 그런데 이런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가 의미를 가지려면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되면 지금까지와는 달리 자신들의 사익보다는 공익을 우선시 하고 재벌의 이익보다는 서민의 이익을 우선하는 의원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개인의 이익을 우선하고 경쟁을 사회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하는 자본주의 숭배자들의 정당인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이나 당대표로부터 자유로워진다고 해서 여태까지 보여주었던 모습과 달라질 것이라고 믿을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따라서 쇄신파들이 내놓는 쇄신책은 한나라당의 얼굴 화장을 고쳐 국민들에게 착시효과를 잠시 일으킬 수 있을지는 몰라도 위기에 몰린 한나라호의 구명책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결론을 말하면 이렇다.
비대위류의 진단과 처방은 본질에 상당히 근접해 있지만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의 정체성에 비추어 볼 때 현실화되가 어렵고, 쇄신파의 진단과 처방은 화장을 바꾸거나 성형수술을 하는 정도로 국민을 속여보겠다는 꼼수여서 위기 돌파의 수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운명을 받아들이는 외에 달리 수가 없어 보인다. 이제 국민들 고만 괴롭히고 스스로 무대뒤로 사라져 주는 것이 최선의 수다.
 

Posted by 비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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