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아하, 사람을 이렇게 움직일 생각을 하다니!

“변기에 담배 꽁초를 버리지 맙시다”

“꼭 물을 내립시다”

“화장실을 깨끗이 사용합시다” 

이 정도면 사람들 기분 잡치지 않고 화장실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데 부족함이 없을 듯 한데 굳이 이런 표어를 ‘생각해내신 분’은 어떤 분이실까?

“금연, 출입 금지, 단속, 벌금형에 처함, 감시 카메라 운용 중.....”

이런 말들에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속으로만 삭인 사람들이 많을 텐데 그 마음들을 이 분이 읽어버린 것일까?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서 이 말을 만난 날 나는 참 기분이 좋았다.

사람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하는 지 알아버린 이 분의 가르침을 나는 이렇게 이해한다.

‘사랑의 매’라고 강변하며 아이에게 회초리를 드는 부모, 선생님들에게 ‘그런 자식 사랑, 제자 사랑의 방법’은 틀렸다는 가르침.

‘금연, 금지, 단속, 벌금형, 감시 카메라’로 목적하는 바를 이룰 수는 있겠지만 사람들의 비위를 거스르는 것이라는 가르침. 

“자신의 건강, 타인에 대한 배려, 함께 누려야 할 공공 시설에서의 예의 등을 생각하는 성숙한 국민이 우리 국민임을 믿습니다” 가 아니라

‘넌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딱지 받어, 감옥에 갈 수도 있어“.

이것이 권위로 국민에게 말을 거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이런 방식은 여전히 도처에서 발견된다.

이게 해도 되는 일인지, 해서는 안되는 일인지를 생각하기에 앞서 매부터 먼저 떠올리며 자라는 아이는 불행한 아이다.

‘공중도덕, 질서, 법을 위반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혐의를 전제하고 벌금이나 징역이라는 징벌수단을 가지고 사람을 다스리려는 권위 앞에서 초라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며 살아야 하는 국민은 불행한 국민이다. 

그런데 여기 다른 사람이 있어 이렇게 말한다. 

“사람을 권위로 다스리려 해서는 안된다. 협박하지 마라. 그것이 돈이든 징벌이든”

사람은 자신을 좋은 사람, 선한 사람, 진실한 사람, 아름다운 사람으로 인정해주고 신뢰를 표시하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며, 그 사람의 말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당신은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당신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당신에게 걸맞지 않은 일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당신을 믿습니다“

이런 신뢰를 받으면서 변기에 담배 꽁초를 던져버릴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말에는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만 담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사람에 대해서, 사람의 마음에 대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말의 내용뿐만아니라 말을 거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하는 사람은 사람에 대해서, 사람의 마음에 대해서 애정어린 관심과 존중심 그리고 통찰력을 가진 사람이다.

사람에게는 ‘자존심, 자부심, 인정받고 싶은 마음, 무시당할 수 없다는 마음, 모욕당할 수 없다는 마음, 비겁하거나 비굴한 인간이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마음을 살피지 않고 함부로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에게 익숙해 있었다.

그런 우리에게 이렇게 말을 걸어오다니!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작년 타고 가던 차의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얘기다. 서울 어느 구청장인가 동장인가 하는 분이 들려준 얘기다. ‘사람들이 쓰레기를 동네 길가에 아무렇게나 버리기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기도 하고, 벌금을 물릴거라고 경고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쓰레기를 버리는 자리에 화단을 만들고 꽃을 심었다. 그랬더니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없어졌다. 앞으로 쓰레기 버리는 골목들에 화단을 계속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고 했다.

‘여기에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면 3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함, 쓰레기 투기금지, 여기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양심을 버리는 것입니다’,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다가가는 사람들을 향해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가 말한다.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 라고.

 

 

 

 

Posted by 비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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