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은 알아주는 사람도 없는 데 제 잘 난척하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인 반면 벼도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는 말은 내공이 있으면서도 스스로를 낮출 줄 아는 사람을 이르는 말입니다.

도의원직을 중도 사퇴하고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 창원을 후보로 출마를 선언한 통합진보당 손석형 현 도의원은 자신의 중도사퇴 후 출마를 문제삼는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반박하고 있습니다.

  가지가 줄기보다 크면 반드시 쪼개진다(枝大本必披). 지금 우리 앞에 놓인 문제는 한나라당의 집권연장을 저지함과 아울러 민주정치의 성지인 창원을을 지켜낼 수 있는냐 하는 것이다. (도의원직 중도사퇴라는) 지엽적인 문제를 내세워서 중차대하고 근본적인 명제를 똑바로 보지 못하는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

  이 말 자체에 대해서는 동의합니다. 다만 한나라당 강기윤 전도의원이 중도사퇴하고 국회의원에 출마했을 때 다시 선거하는 데 드는 비용은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들이 입에 담기에는 좀 낯간지러운 말 아닌가 하는 점은 짚어 주고 싶습니다.

  문제는 다음 말에 있습니다.

큰 고기는 큰 그물로 잡아야 합니다. 짧은 두레박줄로는 깊은 우물물을 긷지 못하는 법입니다. 과연 누가 이 중차대한 소임을 제대로 수행해 낼 수 있을 것인지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맏며느리가 없으면 그 역할은 둘째 며느리가 이어받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둘째 며느리가 하던 일이 있다고 해서 막내 며느리가 맏이 노릇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자신만이 큰 그물이고 긴 두레박줄이라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기가 최고라는 자가발전을 할 수 밖에 없는 다급함을 이해한다 해도 이건 스스로 할 말은 아닌 듯 합니다. 진보통합후보 경선에 나선 다른 후보들은 큰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큰 그물이 못되고 깊은 우물물을 길을 수 있는 긴 두레박 줄이 못되니 자신을 선택해 달라는 말입니다.

한나라당 후보를 상대로 하고 있는 말이 아닙니다. 진보신당의 김창근 후보와 무소속의 박훈 후보를 경쟁상대로 상정한 조건에서 하는 말입니다.

창원을을 지키려면 손석형이 아니면 안된다는 말은 객관적인 설득력이 없습니다.

통합진보당이 현재 조직력이나 지지기반에서 우월한 입장에 있다고 주장하면 그건 객관적으로 설득력이 있다고 동의해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 손석형은 다른 문제입니다.

도의원직을 사퇴하는 데 따르는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을 텐데 현직 도의원 손석형 말고는 창원을을 지켜낼 후보를 진보진영이 내세울 수 없단 말입니까?

창원을 문제와 관련된 그 동안의 논의에서 거론된 인물들을 보면서 후보 개인보다는 진보진영(좀 더 좁게는 민주노동당)의 조직력과 지지기반에 대한 자신감에 무게 중심이 있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사실 세 후보가 서 있는 조직적 기반을 빼고 생각하면 손석형 도의원이 저토록 자신감을 가질만큼 세후보 간에 본선 경쟁력 차이가 있다는 객관적인 근거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김창근후보와 손석형후보는 현 두산중공업의 노조위원장 출신인 데 서로간에 비슷하게 위원장 자리를 번갈아 맡았고, 손석형은 민주노총 경남지역 본부장을 역임한 대신 김창근은 전국 금속노조 위원장을 역임한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두사람 사이의 차이는 개인적인 자질이나 능력의 차이보다는 소속 정당의 차이에서 나오는 차이가 더 크다고 보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손석형 개인의 경쟁력이 아니라 그가 속한 통합진보당이 조직력이나 지지기반의 측면에서 우위에 있으니까 통합진보당 소속 손석형을 진보단일후보로 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요?

큰 그물이니 짧은 두레박 줄이니 하며 자신은 높이고 상대는 끌어내리는 방법은 감점요인이라는 것쯤은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적어도 국회의원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의 중도 사퇴는 시민에게 한 약속을 어기고 시민의 세금을 축내는 일이라고 비난하면서 자신의 사퇴는 민주성지 수성이라는 대의명분을 위한 것이라면서 중도사퇴를 문제삼는 사람들을 지엽적인 문제에 갇혀 근본적인 문제를 못보는 근시안의 소유자라고 나무라는 것은 적반하장입니다. 이런 손석형 도의원의 모습은 한나라당 정치인들을 너무 닮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보태자면 맏며느리가 없으면 둘째 며느리가 이어 받아야지 둘째 며느리가 하던 일이 있다고 해서 막내 며느리가 맏이 노릇을 할 수 없다는 주장에 이르러서는 손석형이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지 헷갈리게 됩니다. 그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라 이씨 조선시대에 살고 있는 것 아닙니까? 그가 속한 당이 진보정당 맞는지, 그가 진보 정치인 맞는지 묻고 싶습니다.

 

 

 

 

Posted by 비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