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은 죽었는가?

어제 오후 2시에 함안보 관련 설명회가 있다는 도민일보 기사를 보고 마창진 환경운동연합을 찾아갔다. 설명회에 관해서 알아보기 위해.

함안군 이장협의회가 주최하고 인제대 토목공학과 박재현 교수와 수자원 공사측이 설명한다고 한다. 4대강 정비사업이라는 것이 한반도대운하를 추진하다 거센 반대에 부딪히자 궁여지책으로 들고나온 꼼수라는 인식에 공감하고 있지만 그래도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보는 것이 좋겠고, 이해당사자인 주민들의 생각도 들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설명회에 가보기로 했다.

함안으로 가는 차안에서 임희자 사무국장에게 물어보았다.

낙동강이 현재 어떤 상태냐고.

임희자 사무국장은 낙동강의 연중 평균 수질은 2급수라고 했다.

낙동강은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낙동강을 살리겠다는 말은 무슨 말인가?

죽지도 않은 강을 살리겠다니...........

태풍매미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은 알고 있다. 낙동강 지류들의 범람으로 물에 잠겼던 마을들의 참담한 상황을!

오늘 설명회에서 박교수는 함안보는 수위 상승(관리수위는 지금보다 3미터 이상 높아진 7.5미터)을 가져와 인근 마을과 농경지의 침수 우려릂 높일 것이라는 입장을 밝힐 것이라 한다. 박재현 교수는 태풍매미 때의 침수는 천재지변이라고 당국자들이 말할 때 인재라고 말하지 않았던 자신의 원죄를 마음아파하면서 함안보를 반대하는 행동에 나서고 있다 한다. 임국장의 말이다. 감동이다. 이런저런 관변위원회에 참여하여 이권이나 챙기는 교수들이 즐비한 현실에서 박교수 같은 소신있고 양심적인 교수는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

이번 설명회는 함안군 이장협의회가 주최했다.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이장들이 이런 일을 주도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스스로를 반공무원이라고 생각하는 이장들이 국책사업에 무조건 순응하지 않고 문제점을 알아보려고 박교수 같은 분의 말을 들어보려한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이장들이 피해예상지역주민들을 제대로 대변하여 나서면 정부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워질 게 분명하다. 사업자체를 중단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나 보사업추진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대책을 소홀히 하지는 못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너무 학문적으로 설명해서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결론은 강을 가로지르는10미터가 넘는 높은 보로 인해 넓은 지역이 침수될 우려는 분명해 보였는데 수공에서 나온 사람은 아무 걱정 없다는 뻔한 소리를 했다.

참석한 이장 중 질문에 나선 몇분은 몹시 흥분한 목소리로 수공에서 나온 사람을 공박했다. 함안군을 침수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388킬로미터에 이르는 둑이 있다는 사실이 무슨 의미인지 아느냐고 따졌다. 하지만 수공측 인사는 홍수기에는 미리 보에 갇힌 물을 비울 것이기 때문에 걱정안해도 된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결국 험한 욕설이 터져나오는 분위기 속에서 설명회는 끝났다. 일은 지금부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는 설사 틀린 것으로 드러날지 모를 일이라 하더라도 대다수 국민이 ‘아니다’고 하는 일은 안하는 것이 올바른 지도자가 취할 태도다. 이명박 대통령은 올바른 대통령이 되는 것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불도저대통령으로 만족할 모양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Posted by 비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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