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당에 지방이 없다

 

지방선거가 5달 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데 이번 지방선거도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어 보인다. 야당들은 이번 지방선거를 이명박정권 심판의 장으로 만들겠다 한다.

사회전반의 양극화가 중요한 과제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지만 구조적인 대안제시는 보기 어렵다.

노무현 정권시절에 시작된 공기업본사의 지방이전이나 혁신도시, 기업도시, 세종행정복합도시 같은 균형발전 이념에 입각한 정책은 서울과 지방의 불균등 발전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지만 세종시 논란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처럼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에 의해 세종행정복합도시는 백지화될 전망이다. 애초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하다 관습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이상한 판결에 따라 그것은 좌초되고, 9부 2처를 옮기는 것으로 정리되었지만 그마저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이 수정(사실은 본래 계획의 파기)하려 해 계속 논란에 휩싸여 있다. 세종시가 이렇게 되면서 혁신도시도 물건너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실 노무현 정권이 시도했던 정도 가지고는 서울과 지방간에 커져가고 있는 격차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는 것이었다. 중앙정부가 재정권과 인사권 및 각종 인허가권 대부분을 틀어쥐고 전국을 통치하는 중앙집권적 국가체제에서 정치 경제 언론 문화 예술활동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은 다른 말로 하면 돈과 기회, 인재를 서울이 빨아들여 지방을 고사시킨다는 것이다. 국가기관과 대기업· 공기업의 본사, 유명대학과 의료기관들이 버티고 있는 서울은 지방을 식민지화하고 있는 제국이다.

이런 큰 얼개를 보지 않고 공기업 본사정도를 지방에 이전하거나 정부부처 몇 개를 특정지역에 옮기는 정도로 균형발전이 될 리 없다. 서울과 지방간 불균등발전에 대한 문제의식을 불러일으키고, 균형발전 이념을 확산하는 데는 일정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그 이상은 아니다.

중앙에 집중된 재정과 권한의 거의 대부분을 지방정부에 넘겨야 지방의 고사를 막을 수 있다. 중앙집권국가체제를 연방형 지방분권국가체제로 바꾸는 혁명적 전환이 해법이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된지 10년도 더 지났지만 지방자치제는 지방의 자율권과 번영을 가져오는 제도가 되지 못하고 있다. 마치 지방이 지방민 자율로 움직이는 양 포장하는 겉치례 이상의 아무 것도 아니다. 물론 지방자치제 시행으로 좋아진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방의 일부 유력자들에게는 꽤 괜찮은 일자리가 많이 생겼다. 관치 시절에는 임명제 단체장들을 떠받들어야 하는 유지들이었지만 이제는 그들이 단체장이나 의원으로서 행세할 수 있으니 좋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런 지방자치제로 계속 가면 지방에 희망이 없다. 부가가치세 중 5%를 지방소비세 형태로 지방에 넘겨준다 하지만 이것은 부자감세로 현격히 줄어든 지방재정의 어려움이 문제되는 상황에서 나온 지방민 불만 잠재우기용 이상의 의미는 없어 보인다. 중앙집권국가체제를 연방형 지방분권국가체제로 바꾸는 혁명적 변화가 요구된다. 권력구조(대통령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변경을 위한 개헌 논의 정국에서 이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 지방출신 국회의원들은 그동안 고향 사람들의 태산 같은 은덕을 입고 나날이 시들어 가는 고향의 주름진 얼굴 뒤에서 잘 먹고 잘 살았다. 이제 고향 사람들의 은혜에 그들이 보답할 차례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의원의 지역대변 역할을 내세우며 정당비례대표의석을 늘리는 것을 끈질기게 반대하면서 지역구를 지켜왔다. 그런데 지방은 왜 이 꼴인가? 지역구 출신 국회의원들이 지역을 어떻게 대변했기에 우리가 발붙이고 살아가는 지역이 이리 된 것인가?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자유선진당을 지역당이라고 한다. 각기 영남 호남 충청을 텃밭으로 삼아 독점적으로 권력을 대물림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는 지역당이란 말이 맞다. 그런데 이 지역당들은 자신들의 텃밭을 지키고 가꾸는 일도 해 왔는가? 그들에게는 이 물음이 필요하다.

그들이 의도적으로 그랬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지역을 제물로 서울만 살쪄가는 불균등구조를 그들은 외면하거나 방치했다. 이런 비판에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 있을까?

한마디로 말해 모든 지역당들은 ‘고향배신당’이다. 지역당이라고 하지만 그 지역당들에는 지방이 없다. 그들은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면서 고향에서 표만 쓸어가고 고향의 돈과 인재들까지 빨아들이는 서울독식구조에 맞서 고향을 지키는 일은 하지 않았다. 선거때면 “나는 중앙의 힘있는 사람을 많이 안다. 그래서 예산을 많이 따 올 수 있다”는 말을 경쟁적으로 했던 그들이다. 앵벌이 경쟁력을 내세워 자신의 입신양명을 도모한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은혜를 입었으면 그에 걸맞는 보답을 해야 할 것 아닌가?

지방선거 국면에서는 지방이 처한 이런 현실이 주요 쟁점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경상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의 10년 집권을 뒷받침했던 전라도도 마찬가지다. 호남 푸대접론으로 호남인들을 결집시키면서 호남의 영원한 권력으로 군림할 뿐아니라 중앙권력까지 장악하기에 이른 민주당의 집권 10년 동안에 전라도가 얼마나 달라졌는가? 경상도나 전라도도 다른 모든 지방과 함께 서울의 식민지이기는 마찬가지다. 이제 지방을 살릴 수 있는 방책이 뭔지가 지방선거 국면에서 최우선의 쟁점이 되게 해야 한다. 지방선거 마당에서만은 거대 보수 양당의 정략적 정치쟁점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

 

 

Posted by 비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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