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당 아래 분당’이라고 한다. 경부고속도로로 내려가다 보면 판교 지나 왼쪽에 보이는 고층 빌딩 동네다. 이쪽 전부가 그렇다는 건 물론 아니다. 이정희 의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종부세 과세대상 99%가 수도권에 몰려 있고, 그 중 92%가 서울 강남3구, 용산구 그리고 분당구에 집중되어 있다고 한다. 지난 대선과 총선, 바로 이 종부세가 폭탄이었다. 이 때문에 분당사람들은 서로 뒤질세라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의 품으로 총력질주한 바 있다.

물론 이 노력이 아주 헛되지는 않았다. 공시지가 9억원을 기준으로 2007년 참여정부 당시 165만원을 종부세로 냈지만, 2009년 MB정부하에서는 0원이다. 공시지가 20억원을 기준으로 본다면, 지난 정부에서 1210만원을 냈지만, 지금은 최소 약 74만원만 내면 된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렇다. 이명박 후보를 찍은 표값으로, MB임기 5년동안 공시지가 9억원짜리 집을 가진 사람은 약 825만원을, 20억원짜리 집을 가진 사람은 최대 5680만원을 받는 셈이 된다. 1표의 가격이 이 정도면 제법 괜찮은 편이다.

그렇다면 분당사람 모두 이런 혜택을 누렸을까. 종부세 낼 일 없는 분당의 대다수는 전혀 그렇지 않다. 특히 50%나 되는 지역 세입자에게 물어보자. 전셋값 앙등에 등이 휠 것 같다고 하지 않는가. 언제 ‘천당’에서 밀려 날지 참으로 기약없다. 등이 휠 것 같은 사람들이 또 있다. 집 한 채 달랑 가지고, 소득의 절반 이상을 은행빚 갚느라 허덕이는 이른바 ‘하우스푸어’다. 전국 약 200만 하우스푸어 가운데 절반이 수도권에 산다. 부자감세로 발생한 세수부족은 결국 못사는 쪽이 나눠 짊어져야 한다. 잘사는 ‘이쪽’ 대 (상대적으로) 못사는 ‘저쪽’이 같은 선거구 내에서도 더욱 나눠진다. 사회계층 사이뿐만 아니라, 지역내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천당도 양극화될 지경이다.

종부세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내가 보기엔 일종의 생리현상 비슷한 거다. 하지만 최근 지난 6·2 지방선거 등 이 지역에서의 일련의 투표성향을 보면, 임대주택단지를 중심으로 젊은 층의 적극적 투표참여가 새로운 판세를 만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새로운 흐름이 경기교육감을, 또 지난 시의원선거에선 민주노동당 후보도 당선시켰다.


2011.4.25 경향신문 시론. 이해영 한신대 교수. 국제관계학.  "분당 ‘자파(自派)’가 궐기하라"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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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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