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상대는 이제 이명박이 아니다. 세종시는 이미 물에 떠내려 가고 있으니까.
지금 박근혜의 상대는 자기 자신이다.
대통령후보 지지율 부동의 1위, 그래서 미래의 권력으로 불리는 박근혜.
그가 이명박을 무릎 꿇리는 것으로 만족할리 없지만 앞으로 어떤 행보를 할지는 알 수 없다.
불도저 명박의 삽질 행보를 막아야 한다며 ‘반엠비 민주대연합이니 연대니’ 하며 설레발떠는 민주주의자들 다 묶어세워도 박근혜 없으면 세종시도 4대강도 명박이 마음대로 가는 것 막을 수 없다.
그래서 반엠비 민주대연합보다 박근혜의 행보에 더 관심이 간다.
원안에다 어떤 알파를 보탤 요량인지는 모르나 9부 2처 2청을 세종시로 보내고 알파를 보탠다 해도 그 한계는 뻔하다.
서울의 과밀화 해소에 일정한 효과를 가져오고 세종시 인근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겠지만 핵심권력이 서울에 있는 한 세종시 효과란 게 대단할 것 없다.
사실 수도를 통째로 세종시로 옮긴다 해도 중앙과 지방의 심각한 불균형이라는 현상은 장소를 바꿔 새롭게 나타나지 해소되지는 않는다.
중앙정부에 집중되는 재정과 권한을 지방정부에 대폭 양도하는 국가체제의 혁신, 즉 중앙집권적 국가체제를 연방형 분권국가체제로 바꿔야만 지방을 수도의 제물로 삼아 수도는 무한 팽창하고 지방은 고사하는 이 심각한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양극화해소가 국가적 과제라고 말하는 사람은 많아도 중앙집권적 국가체제의 혁신이 의제로 떠오르지는 않고 있다.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도 여러 가지 공약을 내걸지만 중앙이 지방을 일방적으로 지배하는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는 아직 없었고, 이번 선거라고 달라질 조짐도 없다.
고작 한다는 소리가 ‘중앙에 아는 인맥이 많아 예산을 많이 따올 수 있는 사람은 나요’다.
나는 이것을 ‘앵벌이 경쟁력’을 내세워 한자리 하겠다는 한심한 작태라고 말한다.

박근혜는 작년 자신의 어머니 84회 탄신제에서 육 여사가 생전에 무궁화로 수를 놓아 만든 대한민국 지도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그 작품을 볼 때마다 어머니께서 이 땅에 대해 가지셨던 애정이 느껴진다,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전국 방방곡곡 모든 국민이 행복하게 살기 바라셨던 마음이다.
어머니께서 그러셨듯이 소외된 사람없이 모두가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 저와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이 어머니께 드릴 수 있는 생신 선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머니께서는 저에게 절실해야 한다, 절실히 느끼면 알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국민 모두가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더욱 더 절실해진다면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을 모았으면 한다”고.
 
나는 절실한 마음에서 박근혜에게 이런 말을 건네고자 한다.

이명박 대통령한테 이기는 것으로 끝내지 말고, 대통령 되면 된다는 생각으로 끝내지말고 그의 어머니가 무궁화로 대한민국 지도를 수놓으면서 바랐던 것을 하라고.

‘어느 지역할 것 없이 전국 방방곡곡 모든 국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중앙의 권력을 지방민에게 내놓는 정치를 하겠노라 선언하라고.

그리하여 알파를 보탠 세종시는 지방정부간의 갈등을 조정하고 전국적인 통합을 이끌어내는 일과 외교·국방·거시경제 등 최소한의 기능만 담당하는 연방정부의 수도가 되게 하라고.

‘지금 박근혜의 상대는 자기 자신이다’고 한 말은 이런 것들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Posted by 비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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