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는 충분히 슬퍼했습니다. 충분히 분노도 했습니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다짐도 했습니다. 촛불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거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촛불은 횃불이 되고 횃불은 들불로 자라나 마침내 우리가 상상조차 못한 세상이 열리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입니다. 아이를 잃은 어떤 어머니는 대한민국을 떠나겠다고 합니다. 아이를 지켜주지 못하는 대한민국에 살 이유가 없다고 합니다. 어떤 이는 침몰한 것은 세월호 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대한민국 자체가 침몰하고 있다고 합니다. 누군가는 박근혜가 대통령이어서는 안되는 이유를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올렸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뜨거운 공감을 표시했습니다. 어떤 고등학생은 목숨을 걸고 대통령은 헌법을 위반했고 따라서 책임져야 한다는 글을 같은 게시판에 올렸습니다. 43명의 선생님들이 자기 이름을 밝히면서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선언을 했습니다. 15,853...명의 선생님들이 뒤를 이었습니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다짐이 결코 말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일들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제발 말로 끝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하늘도 하지 못하는 일을, 아니 하지 않고 있는 일을 사람인 우리가 해 내기를, 우리가 해 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일단 진상을 알고 싶습니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침몰은 예견된 것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침몰이 현실이 된 이후의 문제입니다. 그 어떤 누구의 목숨도 걸지 않고 모두를 살릴 수 있는 상황이었는 데 단 한 명도 살리지 못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까? 침몰하는 배에 ‘가만히 있어’라는 말만 믿고 가만히 있는 사람들을 그냥 죽게 내버려두어야 할 이유가 없고서야 저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바로 그것입니다. 살리고자 하는 마음만 있었으면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을 죽게 내버려두고 구조에 최선을 다하는 척 하기만 한 이유가 뭐냐는 것입니다. 자기 입으로 스스로 말할 수 없는 이유를 가진 사람들이 하나 둘이 아닐 것입니다. 각자가 할 말은 다르겠지만 좌우간 말 못할 이유를 숨기고 있음에 틀림없습니다.
참사의 진상은 구조를 해야 할 책임이 있고 그런 위치에 있었던 사람들이 책임을 팽개쳤다는 것입니다. 이런 단정은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밝혀내야 할 진상은 왜, 무슨 이유로 그 책임을 팽개쳤느냐는 것입니다.
오늘 저는 마산 창동에서 저녁 7시에 시작될 세월호 참사 관련 국민행동에 참여하고자 합니다. 슬픔과 울분이 행동의 횃불로 타오르기를 바라는 조그만 촛불 하나가 되기 위해서!

Posted by 비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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