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 사회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 본질을 보여줍니다. 어른들의 지시를 따르려 했던 아이들은 죽었고 규칙과 책임을 팽개친 선장과 선원들은 살았습니다. 강자는 규칙을 만들고 바꾸고 약자들에게 지키라고 하지만 스스로는 지키지 않습니다. 삼성을 위해서는 하루 아침에 규칙이 바뀌지만 중소기업은 아무리 외쳐도 바뀌지 않습니다. 결국 약자는 불공정한 경쟁의 바다에서 사라집니다. 모든 것이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정부를 만드는 것이 국민이라는 것도 분명합니다. 우리에게는 정부를 바꿔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뉴스타파. 최승호 pd. 2014.5 8.다음 아고라)

 

이 글에 대해 내가 지적하고 싶은 점---정부에 책임을 묻는 것은 맞고 정부를 만드는 것이 국민이라는 말도 맞지만 모든 것이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않은 결과라고 하는 관점은 국가의 본질에 대한 마르크스적 관점, 즉 국가는 계급지배의 도구라는 관점에서 보면 정확한 지적은 아니다. 자본주의 국가의 정부는 자본주의 체제가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다. 친기업을 공공연하게 표방한 이명박이나 새누리당뿐만 아니라 민주당 정부라 할지라도 일차적 관심사는 자본주의 체제의 안녕이다. 그들이 입으로는 어떤 말을 어떻게 하든 상관없이 그들의 기본적 관심사는 자본주의의 안녕이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아니다. 따라서 각자가 생각하는 당위적인 정부의 모습을 설정해 두고 정부가 제 역할을 했으면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텐데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고 말하는 것은 정부의 본질과 실제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약자는 불공정한 경쟁의 바다에서 사라진다는 말도 그렇다. 비록 공정한 경쟁을 한다 해도 약자는 경쟁의 바다에서 사라지게 되는 것이 경쟁의 질서이고 자본주의 질서의 법칙성이다. 문제는 공정하지 못한 경쟁이 아니고 경쟁 그 자체이며 경쟁의 체제인 자본주의이다. 규제도 마찬가지다.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아무리 규제를 해도 자본주의가 지속되는 한 자본주의라는 원천에서 필연적으로 불거져나오는 수많은 문제들을 규제만으로 막을 수는 없다.

정부의 무능 실패라는 지적도 정부에 대한 오해를 반영하는 것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 하고 있는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무능하고 실패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만일 정부에 최선을 다 할 의사가 없었다면 무능이나 실패라는 규정은 성립되지 않는다. 무능이나 실패라는 규정은 정부에 대한 규탄의 의미는 있지만 정부가 재난의 예방이나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있다. 무능은 문제이긴 하나 죄는 아니다. 따라서 세월호 관련 진상에 대해서는 무능이나 실패라는 비난 대신 예방이나 구조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최선을 다해, 진심을 가지고 하지 않았음을 지적하는 것이 맞다. 세월호를 둘러싼 전후 사정은 정부가 진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것과는 반대였음을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잘 싸우기 위해서는 진상을 제대로 규정지을 필요가 있다. 아무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사람만 문제삼거나 정부의 역할에 대해 우리식 주문을 하는 차원을 넘어 자본주의를 문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성찰하고 확인할 것은, 그리고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자본주의란 게 무어냐는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문제가 터질 때마다 우리는 직접 관련자나 정부를 행해 분풀이만 해대는 관성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Posted by 비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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